서울지하철 9호선 혼잡도 완화 과제와 전망

민간투자 사업의 혼잡도 완화 대책

한우진교통평론가 | 기사입력 2020/08/18 [08:47]

서울지하철 9호선 혼잡도 완화 과제와 전망

민간투자 사업의 혼잡도 완화 대책

한우진교통평론가 | 입력 : 2020/08/18 [08:47]

 

▲ 개화역으로 들어오는 9호선 열차  © 서울시 제공 국토저널

 

● 9호선과 급행열차


2009년 7월 24일 첫 개통된 서울 도시철도 9호선은 현재 개화부터 중앙보훈병원까지 40.6km 구간에서 38개역으로 운행 중이다. 9호선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나라 도시철도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민간투자 사업구조나 無역장 같은 근무구조 등에서 새로운 시도도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혁신적인 것이라면 바로 완급혼합 열차운행계획이다.

 

9호선은 국내 최초로 급행열차가 운행된 도시철도다. 물론 급행열차 자체는 1982년 철도청이 첫 운행시킨 서울-수원 직통열차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일반열차용 선로를 이용한 방식이었다. 특히 기존 급행열차의 대표였던 경인선 급행열차는 완행선로와 급행선로가 따로인 복복선 방식이었다. 그러나 9호선은 복선에다가 일부 역에 대피선을 추가하여 급행열차를 성공적으로 운행시켰다.

 

이에따라 급행열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코레일도 복복선 없이 대피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경원선, 분당선, 안산선 등에 급행열차를 새롭게 운행시키고 있다. 또한 서울시도 도시철도망 10개년 계획을 통해 4호선 급행화 계획을 내놓을 정도가 되었다.

 

이렇듯 9호선은 우리나라 지하철의 급행열차 도입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 9호선과 혼잡


그럼에도 불구하고 9호선은 높은 혼잡도 때문에 많은 불만을 사고 있다. 9호선의 선형과 경유지들을 생각해보면 기존 5호선이나 7호선만큼의 수요는 충분히 나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 7호선이 8량 1편성인데 비해, 9호선은 4량 1편성으로 시작했으니 혼잡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수도권 전철의 최고 혼잡구간이 90년대에는 경인선이었는데, 2000년대에는 2호선 강남 구간이었고, 2010년대에는 9호선이 되었다. 이에 따라 불만이 심해지자 서울시와 사업자는 혼잡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꾸준히 시행해왔다.

 

도시철도에서 혼잡을 낮추는 방법은 증편과 증결이 있다. 증편은 운행횟수를 늘리는 것이고, 증결은 편성량수를 늘리는 것이다. 둘 다 수송력을 높이는 것은 같지만, 승객 입장에서는 대기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증편이 더 유리하다. 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증편과 증결 모두 차량 추가 비용은 같지만 증편에서는 기관사 인건비가 추가로 들기 때문에, 증결이 더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호선은 증편을 먼저 시행 후 증결을 시행했는데, 이는 승객 편의를 먼저 생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9호선 전동차   © 서울시 제공 국토저널

 

● 완급 혼합의 철학


한편 아무리 9호선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급행열차에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2009년 첫 개통 당시 낮 시간 완행과 급행의 비율은 2:1이었다. 출퇴근 시간에는 3:1일 정도였다. 이는 당시 철도업계의 분위기에 기인한 것이다. 원래 우리나라 철도운영사들은 철도청 같은 공무원 조직에서 출발했기에, 모든 역에 똑같이 불편부당(不偏不黨)하게 정차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정치권이나 민원인 등 외부의 요구에 의해 급행열차를 운행하다보니, 완행은 기본서비스, 급행은 추가적인 특별서비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연히 급행을 운행하면 비용이 더 든다고 생각하게 되고, 거리를 최소한으로 횟수는 최저한으로 운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발상으로 나온 것이 경인선 급행열차이다. 이 구간에서는 급행열차가 용산까지 짧게 운행하고 낮 시간에는 운행 횟수를 크게 줄이는 형태로 운행하였다. 결국 멀리서 급행열차를 타고 온 승객이 용산에서 다시 갈아타느라 벌었던 시간을 낭비하고, 낮 시간에는 급행열차를 기다리느라 또 시간을 낭비하는 형태가 되었다.

 

그래서 필자가 오래 전부터 지적했던 것이 ①급행이 더 길게 운행하고, ②외곽에 완행이 운행 안하는 곳에서는 급행열차가 완행운행을 하며, ③완행과 급행이 1:1로 상호보완 운행을 하는 ‘장거리 급행, 단거리 완행’ 운행 철학이었다.

 

현재 광역철도에서는 여전히 이것이 안 되고 있고, 9호선조차 첫 개통 당시에는 1:1이 아니었다. 하지만, 9호선 개통 후 급행열차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차츰 급행의 비율이 높아졌다. 결국 9호선에서도 2013년부터 아침 출퇴근 시간에 완급 1:1이 실현되었고, 2015년부터는 하루 종일 완급 1:1이 실현되어 진정으로 제대로 된 완급혼합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급행이 김포공항행, 완행이 개화행이라 급행이 더 짧게 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차피 완급 1:1 비율인 만큼 급행을 개화행으로, 완행을 김포공항행으로 운행하면 좋을 것이다.

 

● 완급혼합에서 나타나는 특징


9호선처럼 외곽(김포공항)에서 도심(강남)으로 향하면서 완급혼합을 시행할 경우 필연적으로 완행과 급행의 혼잡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완행열차의 역할은 다음 급행역까지 승객을 모아다 날라주는 역할만 하게 되며, 급행열차에는 이렇게 모인 승객이 계속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결국 완행열차는 급행역을 지나고 나면 다시 크게 한산해지며, 급행열차는 도심에 도착할 때까지 혼잡도가 계속 올라간다. 현재 9호선 급행열차의 승객이 한꺼번에 내리는 곳은 고속터미널역이나 신논현역 등이라 이 역까지 가는 동안에는 혼잡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애초에 도시철도의 완급혼합에서는 전 구간에 걸쳐 수요가 고르게 나오면서 완행과 급행이 상호보완을 해야 이상적이다. 그래야 혼잡이 분산될 수 있다. 그러나 9호선은 노선 구조가 외곽에서 도심으로 향하는 광역철도의 특성을 갖고 있고, 가양이나 염창 등 강서권 등에는 업무지구가 없는데다가, 종점인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 및 김포도시철도와 환승되면서 광역교통수요를 크게 흡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니 이 같은 급행열차의 도심방면 혼잡 누적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 혼잡완화를 위한 노력


이런 상황에서 2016년 8월, 9호선 운영사가 시도한 것은 최대 혼잡 시간에 최대 혼잡 구간에 대해서만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는 것이다. 해당 구간은 평일 출근 시간대 가양-신논현이며 ‘셔틀급행열차’로 명명되었다. 가양역에는 부본선과 건넘선이 있고, 신논현역에도 상행(동쪽) 부본선과 Y자 회차선이 있어 이를 활용한 것이다.

 

이같이 최대 혼잡 시공간에 열차를 추가 투입하는 것은, 서울시가 운영 중인 출퇴근 맞춤버스인 다람쥐버스와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에 따라 9호선의 특정 구간에서는 일시적으로 완행보다 급행의 비율이 높은 현상이 발생한다. 있는 급행조차 최소한도로만 운행 중인 타 노선의 모습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출퇴근 맞춤버스 '다람쥐버스' © 서울시 제공 국토저널

 

다만 이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있다. 애초에 차량기지에서 떨어진 곳에서 별도 반복 운행을 한다는 점이나, 바쁜 아침시간에 전체 인원을 승강 취급하면서 회차까지 한다는 것은 열차 운용상 부담이 될 수 있다. 승강장에서도, 이번에 오는 단거리 급행을 탈 승객과 다음에 오는 장거리 급행을 탈 승객을 구분하기 위해 별도로 줄을 서야 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었다.

 

이에 따라 9호선 운영사에서는 작년 11월 4일 우선 전 편성을 기존 4량에서 6량으로 바꾸는 선 작업을 마치고, 11월 30일에는 열차 3편성을 추가하면서 완급비율을 1:1로 정리하는 작업을 마쳤다. 결국 수송력 강화의 핵심인 증결과 증편이 동시에 실시된 셈이다.

 

● 9호선 혼잡문제 해결의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9호선의 혼잡도는 전체 서울지하철 중에서 눈에 띌 정도라, 승객들의 불만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같은 9호선의 혼잡 문제는 혼잡이 높아질 일은 많은데, 낮아질 일은 적은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9호선으로의 승객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포공항에서 연결된 공항철도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인천공항 자체가 계속 성장세인데다가 공항철도 주변 지역 개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작년 9월에는 김포도시철도까지 개통되었다. 종전에는 김포시에서 버스를 타고 5호선 송정역에서 서울지하철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김포도시철도를 타고 9호선 김포공항역에서 갈아타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편 작년에 9호선 3단계 구간이 개통되면서 노선 길이는 늘어났는데, 차량은 기존 운전시격을 현상유지 하는 정도로만 늘어나는데 그쳤다. 일반적으로 노선이 길어지면 수요가 정비례해서 늘어나는 게 아니라,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 이는 역의 개수가 늘어남에 따른 역간 OD의 조합수가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선이 길어져 환승노선들이 추가로 생기는 것까지 고려하면 3단계 개통시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노선이 길어지면서 발생하는 구간별 수요-공급 불일치도 운영사를 괴롭히고 있다. 9호선의 서부는 김포공항이라는 걸출한 수요처가 있고, 공항철도와 김포도시철도가 끊임없이 수요를 높이고 있다. 반면 동부는 종점이 환승역도 아니고 업무지구 없이 아파트와 공원 중심으로 지나가다보니 수요가 적다.

 

  9호선 운행을 관제하는 종합관제실 © 서울시 제공 국토저널

 

● 열차운행계획 변경의 중대성


따라서 이렇게 복잡한 수송 환경에서는 열차운영사가 열차운행계획 수립에 단단한 원칙을 세우고 안정적인 운영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출근 교통이라는 것은 다른 교통보다도 상당한 시간적 고정성과 주기성을 갖고 있다. 심지어 매번 거의 같은 열차번호의 열차를 타는 경우도 흔하다. 이것은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 시각과 기상시각, 사람의 통행시간이 거의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퇴근 시간이나 다른 이동에 비해, 출근 시간대 승객들의 이동은 상당히 변화가 적다.

 

이렇기 때문에 열차시각을 조정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늘 타던 열차의 시간이 달라지면 승객들은 시간적으로 이리저리 분산되어야 하는데,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큰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인 이상 적응은 언제나 힘든 일이며, 9호선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더 그렇기 때문이다. 더구나 앞서 설명한대로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변화가 이루어질 경우, 운영사가 원인을 분석하는 것조차 힘들게 된다.

 

제조업과 철도운수업을 비교해보면 열차운행은 상품에 해당한다. 너무 잦은 제품 모델 변경이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듯이, 작은 이유를 가지고 조변석개하듯 열차운행계획을 바꾼다면 철도운영의 기본인 신뢰를 얻기가 힘들어진다.

 

● 9호선 열차운행 계획의 방향


그런 점에서 향후 9호선 열차운행계획의 방향의 기본 원칙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중요한 것은 완행과 급행의 균형적인 운영이다.

 

9호선의 장점은 급행열차이지만, 그렇다고 급행열차만 운행할 수는 없다. 완행열차가 반드시 보완을 해야 전체 열차운영이 가능하다. 그런데 급행열차 비율이 과할 경우 완행열차는 급행열차를 위해 지속적인 대피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커진다.

 

예를 들어 현행 9호선 완급 1:1 구조에서는 완행이 급행을 4번 대피해야 하는데, 셔틀급행열차가 운행되어 완급비가 2:1이 되면 7번을 대피해야 한다고 한다. 완행이 급행을 대피하는 시간은 열차가 역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므로 수송에 전혀 기여를 하지 못한다. 그러는 중에도 인건비와 설비비는 계속 지출된다.

 

더구나 이렇게 하면 급행과 완행의 소요시간 차이가 더욱 커지므로, 승객은 갈수록 급행열차 쪽으로 몰리고 된다. 결국 완행열차는 더욱 한산해지게 된다. 수송력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급행열차 추가 운행을 통해 회전율을 높여 수송력을 증강하고, 승객의 통행시간을 단축시켰다고 해도, 완행열차가 대피를 많이 하여 낭비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여기서 수송력이 줄어들고 전체 총 승객의 총 통행시간은 다시 길어질 수 있다. 앞으로 얻고 뒤로 잃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때 서울시가 혼잡 개선을 위해 출근시간대 급행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시민들의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완급비 1:0)
하지만 그렇다고 완행역 승객들을 버스로 급행역까지 실어 나르고, 9호선에 급행열차만 운행시킬 수도 없다. (완급비 0:1)

결국 완급혼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행과 급행의 균형이며, 그래서 필자가 주장하는 이상적인 비율이 바로 앞서 밝힌 1:1인 것이다.

 

▲ 9호선 승강장 모습  © 서울시 제공 국토저널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재 운영사에서 기대하는 것은 완급 1:1 운행을 통해 완행의 대피횟수를 줄이고, 표정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전체 수송력 증대에 기여하며 총평균 혼잡도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단거리 승객이 어느 정도 완행을 이용해줄 필요가 있다.

 

급행의 시간 단축 효과는 이동거리가 길수록 높아진다. 따라서 단축 효과를 크게 보기 어려운 단거리 승객은 완행열차로 유도하여 완급간 혼잡분산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9호선 급행열차가 우리나라 철도 역사상 워낙 성공적이었던 관계로 사람들의 뇌리에 ‘무조건 급행’이라는 인식이 박혀있어 이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

 

 개화역에 정차한 9호선 완행열차  © 서울시 제공 국토저널


따라서 첫 번째 할 일은, ‘완행도 생각만큼 느리지 않다’는 것을 승객들에게 확실히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은 이 같은 안내가 부실하다. 기관사가 육성방송을 통해 어느 역까지는 완행열차가 더 빠르다는 것을 안내하고 있지만, 사실 육성방송을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적다. 잘 들리지도 않는다.

차라리 열차시각표에 이 완행열차는 어느 역까지 급행보다 빠른지, 시각 표시 위에 작게 역명을 표시해주는게 나을 것이다. 예전에 필자가 이 같은 열차시각표를 제안했었다.

 

한편 현재 9호선 홈페이지에서 시간대별 대피역 지정 현황을 알려주고는 있으나, 시발역 기준 시각만 나와 있고 정작 자기가 타는 역 기준 정보를 알기가 어렵다. 또한 중요한 것은 어느 역까지 완행열차가 빠르냐는 것인데, 알려주는 것은 대피역의 목록이다. 이는 지극히 공급자 위주의 설명 방식이다. 수요자인 승객의 눈높이에 맞춘 안내방식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량적인 안내도 필요할 것이다. 즉 어디 역까지는 완행열차가 무조건 빠르다는 정성적 안내에 추가하여, ‘어느 역까지는 완행이 급행보다 느리긴 하지만, 이 역에서는 그 차이가 X분 이하라서 그렇게 많이 느리지는 않다’는 것을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승객들이 그 X분 차이를 감수하고 완행을 선택할 수 있다.

 

지금 9호선 운영사는 완행이 실제로 얼마나 느린지 조건별로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승객들이 섣불리 완행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승객들이 완행을 이용해주기를 바란다면 정확한 수치부터 알려주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완행이 실제로 얼마나 덜 혼잡한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Seeing is Believing’이라고 했다. 아무리 완행이 덜 혼잡하니 타라고 해도, 얼마나 덜 혼잡한지 모른다면 완행을 선택하기 어렵다. 또한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하도 완행을 타라는 말을 많이 듣다보니 결국 흘려듣게 된다.

 

결국 완행이 얼마나 덜 혼잡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딱 필요한 만큼만 알려주면 되는 것이다.

현재 전동차에는 응하중제어를 위한 공기스프링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 압력을 측정하면 차내의 혼잡정보를 꽤 정확하게 알아낼 수가 있다. 이같이 객실 혼잡 정보를 차내에 제공하는 것은 2호선 신형전동차에서, 도착 예정역 승강장에 제공하는 것은 부산지하철에서 이미 사용 중에 있다.

 

▲ 서울지하철 2호선 전동차 실내에서 제공중인 칸별 혼잡도 안내  © 한우진 교통평론가

 
승강장 행선안내게시기에 표시된 도착예정 열차의 칸별 혼잡도 안내 ©부산교통공사


9호선도 이런 방식을 배워서, 도착예정 급행열차와 완행열차의 혼잡도를 행선안내게시기와 지하철 앱을 통해 제공한다면 승객들을 완행으로 유도하는 데 설득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이번 급행열차에 비해 다음 완행열차가 얼마나 덜 혼잡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므로, 숫자로 직접 비교해주면 더 좋다.

 

▲ 승강장 행선안내게시기에 표시된 도착예정 열차의 칸별 혼잡도 안내  © 부산교통공사 제공

 

이렇게 장거리 승객은 급행으로, 단거리 승객은 완행으로 분산하고, 완급 1:1 운행을 통해 완행의 대피시간 손실도 적정한 수준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면, 전체 열차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아울러 이 같은 실시간 혼잡도 측정은 경영이나 관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혼잡도 수치 정보를 외부에 API 형태로 제공한다면 각종 창의적인 지하철 민간 앱 개발이나 빅데이터 활용 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시간 제공이 어렵다면 통계자료 제공이라도 좋다. 현재 ㈜티머니에서는 각 역의 시간대별 이용인원까지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다. 9호선 운영사가, 완행열차가 덜 혼잡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면 각 열차의 혼잡도 수치부터 제공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수송력 증대 대책을 꾸준히 실행해나가야 한다.
현재 9호선 운영사에서는 2022년까지 6편성을 추가 도입한다고 한다. 9호선이 중앙보훈병원까지 연장되면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노선길이가 늘어난 딱 그 만큼만 차량을 늘린 것은 참 아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만시지탄이겠지만 신규 차량 도입이 차질 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추진 중인 공항철도-9호선 직결열차의 도입도 기대가 되고 있다. 이 차량은 총 8편성이 도입되는데 9호선 구간에서 급행열차로 운행할 계획이다.

한편 자동차와 달리 전동차는 제작과 검사, 시운전에 오랜 시간이 걸려 증차를 바라고 있는 승객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그냥 대략 언제까지 된다고 말하고 말게 아니라, 현재 전동차 제작 과정이 어떤 단계까지 왔는지 보다 소상하게 밝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사진자료까지 매번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점은 철도건설사업들을 배울 필요가 있다. 서울시에서는 관내 철도건설사업의 단계별 진행과정을 매우 소상하게 제공하여 사진까지도 제공하고 있어서 시민들의 답답함을 해소시켜주고 있다.

9호선 전동차 도입도, 본 사안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시민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 9호선 전동차 내부  © 서울시제공 국토저널


● 9호선의 혼잡 완화를 기대하며
9호선은 원래 3기 지하철로 계획되었던 노선이다. IMF사태로 대부분의 3기 지하철이 백지화 되었지만 9호선만큼은 살아남은 점을 생각하면 노선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서울시가 새로 발표한 도시철도 계획 중 강북횡단선이 세간에서 강북의 9호선이라고 불리고 있을 정도이니, 이미 9호선은 서울시의 대표 도시철도 노선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호선이 혼잡도 문제를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혼잡 완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선제적인 투자밖에 없다. 90년대 경인선의 망국적인 혼잡은 복복선 투자로 해결했고, 지금 정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에 투자하는 것도 기존선과 도로의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서울지하철이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만큼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호선은 매번 투자가 한 박자씩 늦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서울의 인구가 줄고 있다지만, 고령화는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더구나 9호선과 연결된 노선들이 당분간 지속적으로 늘어날 예정이라 9호선의 수요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대곡소사선(김포공항), GTX-B(여의도), 신림선(샛강), 서부선(노량진), 신분당선(신논현), GTX-A 및 위례신사선(봉은사), 5호선(고덕))

 

따라서 현재 서울시와 9호선 사업자가 해야 할 일은 열차운행계획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기본 원칙을 세우고, 상세한 정보 제공을 통해 급행과 완행의 효율적 승객 분산을 유도하며,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한 걸음 앞선 수요 대응을 하는 것이다.

 

글쓴이 : 한우진교통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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