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왕 의원, "GTX 삼성역 기둥 철근, 시공상세서 없이 공사했다"현대건설, 난이도 낮은 방수재, 임시 발판엔 작성하고, 영구 기둥엔 작업지침 '0장'
난이도 높은 기둥 도면만 쏙 빼고, 시공상세도 비용에 5,000만 원 추가 청구 전문가 "작업지침 있었다면 철근 누락, 타설 전에 막을 수 있었다"
29일,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국토위 간사, 서울 삼성역 GTX 철근 누락 은폐 의혹 진상규명 TF 위원)이 현대건설로부터 제출받은 지하5층 시공상세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감리단의 승인을 받은 총 26건의 시공상세도 중 철근이 누락된 기둥의 철근 배치 시공상세도는 단 한 건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시공상세도는 설계도면이 정한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현장에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구체화하는 법정 핵심 문서다. 국토부 「건설공사 시공상세도 작성지침」(건설기술진흥법 제 48조 제 4항)은 원칙적으로 전 공종을 대상으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철근공에 대해서는 ▲ 철근 배근 전개도 ▲ 간격재(SPACER) 위치 및 설치방법 ▲ 결속 방법과 위치 ▲ 겹이음 위치·길이 ▲ 철근재료표(Bar-Bending)를 난이도 '복잡' 등급으로 분류해 반드시 도면으로 표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이 이를 강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설계도면이 목적물의 형상과 규격을 표현한 ‘청사진’이라면, 시공상세도는 현장 기능공이 손에 들고 직접 따라야 할 ‘작업지침’으로, 이 도면이 없으면 기능공은 철근을 어디에, 몇 개를,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철근 누락과 오배치는 필연적 결과가 된다.
그런데 현대건설이 실제로 작성·제출한 26건의 시공상세도를 살펴보면, 법이 요구하는 기둥 철근 배치 작업지침은 없는 반면 그보다 훨씬 덜 중요한 공사들에는 도면이 빠짐없이 작성·승인돼 있다. 외벽에 방수재를 덧바르는 작업은 페인트칠에 가까운 마감 처리에 불과하지만 어김없이 시공상세도가 작성됐다.
공사 현장을 오르내리는 임시 점검 통로, 즉 공사가 끝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가설 발판에 대해서는 구조계산서까지 별도로 첨부하여 정식 제출·승인됐다. 지하5층 바닥 아랫부분의 빈 공간을 콘크리트로 채우는 충전 작업과 3공구와 옆 공구의 경계선 접합부를 마감하는 작업도 빠짐없이 도면으로 만들어 제출됐다.
현대건설은 정작 중요 구조물인 기둥의 시공상세도를 단 한 장도 작성하지 않으면서, 단순·보통·복잡 등 난이도별로 총 274매 분량의 시공상세도 작성 비용을 도급내역에 계상해 기성금으로 수령한 비용은 총 50,063,164원(약 5,000만 원)에 이른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토위·행안위 주최로 열린 ‘서울의 안전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 좌담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조성일 르네방재정책연구원장은 “설계도면은 형상·규격을 표현한 것이고, 시공상세도는 이를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는 문서다. 발주기관이 공사시방서에 시공상세도 작성 목록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부실시공 발생 시 발주기관 서울시의 관리부실 책임이 함께 인정된다. 해당 GTX 공사 시방서에 기둥 시공상세도 목록이 명시됐는지, 현대건설이 이를 실제로 이행했는지에 대한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기둥 시공상세도를 제대로 작성했다면, 철근 누락은 콘크리트 타설 이전 단계에서 반드시 발견·차단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기왕 의원은 “공사가 끝나면 철거되는 임시 발판 통로에는 구조계산서까지 붙여 도면을 그리면서, 완공 후 GTX 열차 하중과 지반 압력을 영구적으로 버텨야 할 기둥 철근 배치 도면은 단 한 장도 그리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며 “시공사 한 곳의 일탈이 아니라 서울시-삼안-현대건설으로 이어지는 관리감독 체계 전체의 붕괴”라고 규정했다.
복 의원은 “현대건설과 삼안의 잘못은 서울시의 감독 실패 증거”라고 직격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백만 시민의 발이 될 GTX 발주기관의 최종 책임자로서 이 사태에 대해 더 이상 숨지 말고 책임있는 답변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오세훈 시장의 공식 입장 표명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국토부 「건설공사 시공상세도 작성지침」 제2.2.1조는 발주청에 대해 “「건설기술진흥법」에 의거 시공자가 시공상세도 내용과 적합하지 않게 시공하는 경우 재시공·공사중지명령이나 그밖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발주청이 공사시방서에 시공상세도 작성 목록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부실시공 발생 시 발주기관의 관리부실 책임이 함께 인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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